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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1

R&E 담당교원 역량강화 연수 후기

신지영 경기과학고 교사

I. 연수 신청 동기

2018년 3월 영재학교에 들어와 3년째 아이들과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나에게 이 학교에 대해 소개하며 권유한 선생님은 영재학교의 가장 큰 장점으로 R&E 지도를 들었다. 아이들과 한 팀이 되어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연구하며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즐거움 - 그것 때문에, 일반학교와 다른 업무 적응이나 교재연구가 힘들어도 극복해 내며 그 즐거움을 맛보는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 나도 그걸 느껴보자! 하고 들어왔으나 생각보다 R&E 지도가 즐겁고 쉽지만은 않았다. 1년간 1학년 한 팀, 2학년 한 팀, 3학년 졸업논문까지 지도하며 R&E 시간이 돌아올 때마다 고민이 늘어갔다. 선배교사에게 묻기도 하고 교내 주관 부서의 자료에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2년간 총 네 팀의 R&E 연구와 3개의 졸업논문 지도를 하였고 올해도 R&E 두 팀, 졸업논문 3개를 맡아 지도하고 있다. 그동안 지도한 학생들이 수학교육학회 R&E 포스터 발표 우수상, 휴먼테크 논문대회 장려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고, R&E 지도교사로서의 인연으로 대학 추천서를 쓰며 돌아보니, 나름 R&E를 지도하며 성과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매주 수요일 오후 3시간씩 아이들과 R&E를 하면서 지금 내가 아이들을 제대로 지도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고민은 갈수록 더욱 깊어가는 건 왠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던 중 주관부서에서 연수 안내 메시지가 날아왔다. "과학영재 R&E 담당교원 역량강화 직무연수" 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보자마자 고민 할 것도 없이 1분 만에 바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였다.

II. 연수의 이모저모

연수 일정이 2020년 9월 14일(월) ~ 23일(수) 10일간(15시간) 진행 되는 연수라고 알고 신청했는데 나중에 연수 계획서를 자세히 읽어 보니 사전과제 제출과 OT를 제외하면 9월 21일(월) ~ 9월 23일(수) 3일간 4시간씩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요즘말로 ×꿀~! 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연수를 받고 보니 네 시간씩 3일간 온라인 실시간 연수를 받는 다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연수 인원은 총 30명. 과학고 영재고 수학 과학 교사들이었고, 나중에 분과별로 모여 소개하며 알게 되었는데 1년차 선생님들이 역시 고민이 많으신지 많이 신청하셨다.
사전 과제로는 연구지도 사례와 노하우 및 고민 지점을 간단히 작성하는 것이었다. 아직 반년밖에 지도해보시지 않은 1년차 선생님들께는 좀 어려운 과제였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3년째 깊은 고민을 하며 지도해 왔기 때문에 쓸 말이 많아 줄이느라 시간을 들여야 했다. 마지막 날 그 과제물이 어떻게 쓰이는지 미처 알지 못한 채, 그냥 옆 교사에게 수다 떨 듯 나의 연구지도 내용과 고민을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온라인 실시간 화상회의

드디어 21일 월요일이 왔고 오후 3시에 온라인 실시간 화상회의에 들어갔다.
첫날 특강으로 KT 부사장직을 오랫동안 역임하시고 가천대 석좌교수로 계시는 윤종록 교수님의 '첨단과학기술 트랜드'라는 제목의 강의를 들었다. 눈 감고 편안히 들어도 된다고 이야기해주셔서 대한민국 과학의 트랜드를 A부터 Z까지 다 겪어보신 분의 깊은 과학적 변화에 대한 깊은 통찰을 옆집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듯이 정말 편안히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온라인 실시간 연수는 처음이었고, 이렇게 강의자가 내 얼굴 옆에 떠 있는 건 처음 경험했는데, 유수의 교수님들이 바로 내 옆에 앉아서 이야기 해주시는 것 같아 강의들을 듣는 내내 신기하기도 했고 왠지 강의실 맨 앞에 앉은 기분이어서 딴 짓을 할 수도 없었다.

두 시간의 특강이 끝나고 20분 휴식 후 조선대 박현주 교수님의 '연구윤리 지도'를 주제로 한 강의를 들었다. 연구지도를 중요시하는 우리학교에서는 교내 주관 부서에서 연구 윤리 지도에 관한 지도 내용을 문서로 보내주기도 하고, 선생님들과 연구 윤리에 대해 서로 '이런 건 돼, 저런 건 안 돼.' 식의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세밀한 연구 윤리에 대한 논리를 배운 적은 없어서 나에게는 매우 유익하고 흥미로운 주제였다. 부수적으로, 교수님이 강의를 진행하시며 선생님들을 발표시키고 참여시키려 노력하실 때 청중이 매우 집중이 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어, 온라인에서 청중을 집중시키는 노하우도 배울 수 있었다. 첫날, 강의가 매우 좋았는데도, 네 시간 동안 이어폰을 끼고 컴퓨터 화면을 보니 머리도 아프고 앉아만 있었는데도 매우 신체적으로 힘들었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의 커리큘럼이 적당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며 요즘 하루 종일 온라인 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날에는 '연구주제 선정'과 '연구 보고서 쓰기 지도'에 대하여 POSTECH 정우성 교수님과 단국대 조헌국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이 두 가지 주제는 사실 R&E 지도교사들의 가장 실질적인 고민이어서 기대가 컸다. 그런 기대를 아셨는지 정우성 교수님은 첫 화두로 "연구주제 선정을 지도하는 것에 정답은 없다."라는 명제를 우리에게 각인시키셨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구나 - 싶고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교수님은 과학고 출신이시고 과학고 학생들의 R&E를 많이 지도하고 계셔서 많은 지도 사례를 들려주셨다. 조헌국 교수님은 데이터의 관리와 연구 보고서 쓰기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세밀하고 실제적으로 지도 노하우를 전수해 주셨다.

교수직의 임무를 다하기도 힘이 드실 텐데, 고등학생 R&E지도에도 관심을 가지시고 이렇게 노하우를 전수해주시는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근무하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이런 다양한 전문가들의 양질의 강의를 듣고 상호작용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체험한 것 같다. 하루 4시간의 강행군이 좀 힘들긴 했지만, 이 네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흡수한 여러 사례들과 노하우들이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강의 자료를 책자로 만들어 보내주셔서 나중에도 참고할 수 있으니, R&E 지도를 하며 고민지점이 생길 때마다 꺼내어 쓸 수 있는 좋은 무기를 얻은 것 같아 뿌듯했다.

연수 3일차에는 분반 활동을 했다. 나는 수학과 분반에 들어가서 활동을 했는데 인천지역 과학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과 R&E 지도를 오랫동안 수없이 많이 해보신 인천대학교 함남우 교수님께서 실질적인 고등학교 학생들의 수학과 주제 선정에서부터 연구 과정과 마무리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상세한 노하우를 전수해 주셨다. 5일전 OT에서 실시간 채팅창으로 제출했던 교과별 질문사항 중 수학과의 질문을 모두 수렴하셔서 상세히 답변을 준비해 설명해주셨다. 특히 나의 질문에 깊이 공감해주시고 대책을 정확히 알려주신 것이 정말 감사했다. 내 질문은 학생들이 수학과의 연구방법으로 자주 사용하는 시뮬레이션 지도의 어려움에 대한 것이었다. 교수님은 교사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한글로 된 수치해석학 책을 추천해주시고 그 책의 5~6 챕터를 공부하면 학생들이 하는 시뮬레이션의 70~80%는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동안 시뮬레이션 지도가 불가능해서 바쁜 정보 선생님들께 사정해야 했던 답답한 마음이 시원해졌을 뿐 아니라, 연구지도에 대해 의욕과 자신감이 생겼다. 또, 매스매티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얻을 수 있는 장점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비싼 프로그램이라서 투자를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확실히 사용해야겠다고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날의 2교시는 수학과끼리 모인 분반활동이 계속되었는데, 울산과학고 수학교사 이영희 선생님의 R&E 지도 사례와 참여 교사들의 사전과제 내용을 공유하며 토의하는 시간이었다. 수학교사 8명이 모여 지도사례와 고민지점, 그리고 그 대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그 시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시간이 빨리 갔다. 솔직히 멀티가 가능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온라인 연수였기에 무언가를 길게 설명하시는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을 때에는 집중하기 위해 노력을 좀 해야 했는데, 마지막 분임토의 시간에는 나의 연구지도 활동 사례와 고민을 동료교사들과 나눌 수 있었고, 동료교사들의 지도 노하우와 고민지점을 들으며 진심으로 공감하고 함께 고민했다. 이렇게 서로의 고민을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연구지도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고, 연구지도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서로 질의응답을 하며 연수를 마무리하고 나서 마지막 분임토의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III. 연수를 마치고

과학 영재 R&E 담당교원 역량강화 직무연수는 과제와 출석으로 이수 처리되는 시스템이어서 다른 신경 쓸 것 없이 매 차시 주제에 집중하며 연수를 들을 수 있었다. 학생들도 이렇게 평가보다는 주제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수업을 받을 수 있다면 학습 효과가 더욱 좋아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연구 지도의 노하우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적절한 시기에 이 연수가 나에게 왔고, 이 연수는 나의 여러 가지 연구 지도역량을 향상시켜준 감사한 연수이다. 이 연수를 통해 연구 윤리에 대해 학생들에게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지도해 줄 수 있는 역량, 인내심을 가지고 팀의 특성별로 적절한 주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역량, 시뮬레이션 등 수학 연구의 과정과 보고서 작성에 있어서 세세한 지도를 할 수 있는 역량 등을 키울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학생 연구 지도를 위해 힘쓰고 있는 동료교사들과 각자의 고민들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 하며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정말 큰 의미가 있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한 말은 진리이다. 과학영재교육을 담당한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이러한 연수들이 더욱 활성화 되어서 교사의 지도 역량이 향상되고 그 역량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때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이 성공의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