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메뉴 바로가기본문 내용 바로가기
메뉴 넘어가기
HOT ISSUE.1

전파공학 관점에서의 연구와 연구자의 삶

홍원빈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시작하는 말

'연구와 연구자는 도대체 무엇일까? 공부와 어떻게 다르지? 연구자의 삶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해보았을 질문이다. 저자 역시 지금도 가끔 스스로에게, 타인에게 던지는 질문이며, 막상 설명하지면 그리 간단하지 않은 질문이기도 하다. 전자전기공학 분야 내에서 세부적인 전파공학 분야를 전공하며 연구자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가 잠시 여러분들과 위의 궁금증에 대해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기 희망한다.

본문

고등학생 재학 중인 독자 여러분들은 물리 시간에 전자기학이라는 세부 주제에 대해 공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만약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자석과 전구, 전기 모터 등을 활용한 놀이나 실험을 한 경험이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전자기학에 대한 기초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19세기 영국의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이라는 천재 과학자는 그전까지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여러 가지 현상과 지식들을 맥스웰 방정식이라는 수학적 표현을 통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전자기학이라는 분야의 창시를 주도하였다. 영국이 아이작 뉴턴경과 함께 지금까지도 전세계에 자랑하는 이 천재 과학자의 일생은 공교롭게도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맥스웰 방정식은 그 당시 최고의 지식인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매우 급진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어져 맥스웰 방정식은 발표 이후 20년 동안 과학계에서 그리 환영을 받지 못했다. 급기야 맥스웰조차 말년에 스스로의 이론에 대해 의문을 표시할 만큼 연구자로서 순탄치 않은 일생을 살았다. 매스웰 방정식의 천재성을 알아본 하인리히 헤르츠, 올리버 해비사이드 등의 극소수의 맥스웰의 팔로워들 (역사는 이들을 맥스웰리언즈라고 지칭한다)들의 보강 연구와 노력 끝에 현대 화학의 중요한 학문 분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의 출현과 학문의 정립은 반드시 인류의 발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지식과 학문이 인류를 위해 사용되지 않으면 반드시 해당 지식과 학문은 언젠가 소멸되는 역사사 증명한다. 일례로 과학 발전의 공로로 오늘 날의 주파수의 단위인 헤르츠 (Hertz)의 장본인인 하인리히 헤르츠 박사는 인류 최초의 안테나 발명 이후 이를 어디에 사용하면 되는지 물어보는 기자에게 “안테나의 활용처는 생각해 본 바 없으며 나는 오로지 맥스웰 방정식의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했을 뿐이다”라고 대답했다. 참으로 낭만적이고 멋있는 답변이기는 하나, 2021년 기준으로는 본 받기 어려운 자세이기도 하다.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현재는 19세기 대비 상당히 다른 세상이기 떄문이다.

현대 사회 출현 전 과학 분야 연구란, 지식인들의 레저 (leisure)에 가까웠다. 매일의 생계에 큰 걱정이 없는 귀족층에서 진리 탐구 (궁금해서)의 목적으로 행해지는 공부와 수양, 그리고 자아 성찰 행위로 간주되었다. 전자기학의 경우 개인이나 극소수의 연구자가 수행한 연구 중 일부가 어떤 사유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어떠한 실질적인 이득), 나아가 일반 대중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사회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정립은 19세기, 20세기에 걸쳐 이루어졌다고 본다. 전자기학이라는 학문의 진리와 지식을 일반 대중에게 유용하게 전파되도록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바로 전파공학이다. 우리는 맥스웰 방정식은 모를 수 있지만 전화기와 인터넷은 모를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이는 니콜라 테슬라, 알렉센더 그래햄 벨과 같은 전파공학 연구자들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현대 연구란 이렇듯 분야를 막론하고 진리 탐구의 성과가 궁극적으로 더 많은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때 비로소 높은 평가를 받는데. 어느 연구자 수십 년 전에 수행한 연구의 누적된 파급 효과를 바탕으로 노벨상을 수여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즉, 연구자는 지식과 콘텐츠의 생산자이다. 이는 대부분의 대중들이 타인이 만들어낸 콘텐츠와 지식을 책, 비디오, 라디오 등의 매체를 통해 접하고 습득하는 소비자의 역할고 대비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듣는 노래들, 시청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 기획하는 사람들이 이를 듣고 시청하는 사람들보다 적을 수 밖에 없듯이 생산자로 대변되는 연구자는 소수일 수 밖에 없다.

그럼 전파공학의 분야에서 연구자가 된다고 예를 들어 보자. 자연스럽게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21세기의 공학 분야의 연구란, 진리의 탐구를 넘어 세상에 존재하는 중요하고 보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파공학은 아래와 그림 1과 같은 예사로 다양한 주제로 세부 파생이 가능하다. 독자 여러분들 중에 아래의 그림에 대해 아직 이해가 되지 않은 용어와 개념들이 많을 것이지만, 절대 좌절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 세부 연구 주제는 사회가 변화하면서 따라서 변하고, 독자 여러분들은 지속적으로 공부와 학습, 경험으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게 될 것이다. 또한 현대 사회에는 왠만한 지식은 쉽게 검색이 되므로 암기 위주의 지식의 축적의 중요성은 많이 퇴색되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래의 그림 1의 예시를 보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세부 연구 아이디어들을 생각해 냈을까?'라는 질문을 갖는 것이다. 최고의 연구자란,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스스로 질문하다 보면, 더 폭넓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되고, 여기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저명한 공학자란 바로 이러한 선순환의 위력을 잘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림 1. 전파공학 분야의 세부 연구 주제 예시
그림 1. 전파공학 분야의 세부 연구 주제 예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 1에서 하나의 예시를 들면, 왼쪽 상단의 'Remote Sensing'이라는 용어가 있다. 여러분들이 공부하고 있는 전자기파의 경우 위치와 시간 (주파수)의 함수에 따라 해당 특성이 달라진다. 이러한 원리를 역으로 이용하여 특정한 시간과 위치에서 전자기파의 반응성을 추출하여 이를 통해 해당 지형과 매질을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하는 연구가 바로 Remote Sensing에 핵심 개념이다. 이와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생각의 틀을 넓혀 보면 오른쪽 상단에 있는 Motion Analysis using Radar와 같이 전자기파를 이용하여 인간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아이디어로 확장이 가능하다. 상기와 같이 중요한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해당 지식의 활용성을 생각하여 전에 없었던 새로운 해결책을 구상하고, 이를 개발, 검증하는 것이 연구의 구체적인 행위이다. 노력과 도전 끝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은 가파른 산 정상을 등반한 것과 같은 기쁨을 연구자에게 선사하며, 연구자들을 그 기쁨을 기억하며 재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 같이 위대한 연구가 반드시 바로 성공적으로 비춰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연구 자체가 실망스러운 결과로 끝날 때도 있다. 우리 인생의 매순간이 기쁨과 환희로만 구성되지 않듯이 실망과 좌절은 연구의 성공을 더욱 값지게 하기도 한다.

그럼 모든 성공적인 연구는 반드시 인류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까? 아래의 그림 2는 공부와 연구의 진화를 유머스럽게 표현하였다. 인류는 오랜 세월 상당한 지식을 창출하였다. 아래의 그림은 개인 연구자로서 시작할 때 해당 연구 주제가 일반적으로 제 3자에게 보여지는 관점을 설명한다. 마치 해변의 모래알과 같이 상당히 미미하게 보일 수 있으나, 이러한 지식들이 합쳐저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진화하였음을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간다. 연구의 결과에 따라 모래알이 돌이 될 수도 있고, 바위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계곡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모래알이라도, 내가 만든 모래알이지 않은가? 이러한 마음으로 오늘도 전세계 곳곳에서 연구자들은 열정적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과학 기술 분야의 동료로서 여러분들의 미래의 활약을 응원하고 고대한다.

그림 2. 전파공학 분야의 세부 연구 주제 예시
그림 2. 전파공학 분야의 세부 연구 주제 예시
출처: http://nptl.skku.edu/?document_srl=8477&act=trackback&key=1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