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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FOR YOU(vol.06) - 초거대 AI시대, GPT-3 등장의 의미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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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초거대 AI시대, GPT-3 등장의 의미와 과제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

좁은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 그리고 AGI

인공지능(AI)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을 모방하는 기계 기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작동 방식과 범위에 따라 '좁은 인공지능(Narrow AI)'과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으로 구분한다. 좁은 인공지능은 정해진 작업만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것으로, 인공지능이 특정 작업만 수행할 수 있고 다른 작업은 수행할 수 없어 좁은 범위를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반면에 강한 인공지능은 다양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고 인간과 흡사한 지적 판단이 가능한데, 최근에는 강한 인공지능과 유사한 의미로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인공일반지능 또는 범용 인공지능)'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AGI는 단지 정해진 작업만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된 제한적인 기능의 인공지능과 달리, 인간의 인지능력과 사고능력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자연어 처리, 논리적 추론, 사회지능 구현, 지식 표현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다.

AGI는 인간의 두뇌와 동일한 수준에서 작업 수행이 가능한데, 음성을 듣고 이해할 수 있으며 복잡한 사고와 판단을 수행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춘 가상두뇌다. AGI는 단지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오픈AI의 GPI-3와 챗GPT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022년 12월 2일 '구글은 끝났다(Google is done)'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오픈AI(OpenAI)의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구글 검색엔진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였다. 오픈AI는 2022년 11월 챗GPT를 출시했는데, 다양한 지식 분야에 대해 상세하고 그럴듯한 답변을 제공한다고 알려지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OpenAI와 GPT 로고

챗GPT는 GPT-3의 개선 버전인 GPT-3.5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챗봇(Chatbot, 텍스트를 통해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로도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영어 대화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종종 답변이 잘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학습 데이터의 양적 규모와 언어 관련 로직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추정되며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여러 기업이 AGI 개발에 뛰어든 상태인데, 근래 들어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으로 오픈AI의 GPT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오픈AI는 CEO를 맡고 있는 샘 알트만(Sam Altman, Y콤비네이터 전 사장)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 리드 호프먼(Reid Hoffman,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 페이팔 공동창업자), 일리야 서츠케버(Ilya Sutskever, 구글 출신 인공지능 전문가) 등 업계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2015년 설립한 인공지능 연구기관이다.

오픈AI의 GPT 시리즈는 매우 강력한 언어 모델을 도입해 이미 수년 전부터 자연어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 연구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GPT-2의 개량 모델로 2020년에 등장한 GPT-3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셋(Dataset, 특정 작업을 위해 관련성 있는 데이터를 모아 놓은 것)과 매개변수(Parameter, 데이터에 의해 결정되는 값)로 구성된 자연어 모델 기반의 딥러닝(Deep Learning) 시스템이다. 이 글을 집필하는 시점에서는 GPT-3.5가 최신 버전이고 곧 GPT-4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서 딥러닝의 작동 원리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인간은 뇌에 신경망(Neural Network)이라는 일종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신경망에 기반한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존재다. 과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꽤 똑똑한 기계와도 같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수신하는 수십억 개의 뉴런(Neuron, 신호를 전달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세포)으로 구성된 시스템이며, 데이터를 인식해 유형에 따라 분류하고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해 정렬하고 보관한다.

인간이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정보처리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절한 학습이 필요하다.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소위 지능이라는 걸 가질 수 있도록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신경망을 통해 훈련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딥러닝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발전된 딥러닝 시스템으로 손꼽히는 GPT-3(3.5 버전 포함)는 기존의 다른 인공지능 시스템과 달리 상당히 많은 분야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 GPT-3는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텍스트를 학습해 마치 인간이 작성한 것과 같은 복잡한 문장을 작성한다.

GPT-3는 단일 문장이 아니라 대화의 문맥을 파악하고 창의적인 답변을 내놓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인간이 작성한 뉴스 기사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기사를 작성할 수도 있다. 실제로 GPT-3와 대화를 나눠보면 GPT-3는 인류의 어리석음과 사랑에 관해 얘기하고 심지어 거짓말도 한다. 시인이나 소설가처럼 미적이고 우아한 문장을 작성하기도 하고, 과학 논문을 작성하고, 소프트웨어 코드도 작성한다.

'진정한 용기'에 대한 시를 챗GPT에 영어와 한국어로 써보라고 했다.
명령을 내릴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며, 구글 검색에서 찾을 수 없는 창의적인 시를 써준다.
(출처: 챗GPT & 류한석)

GPT-3의 작동 메커니즘

그렇다면 GPT-3가 다른 인공지능 시스템과 달리 AGI에 한층 가까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GPT-3의 기술적 성취는 무엇보다 시스템의 작동 규모와 성능에 있다. GPT-3는 다른 딥러닝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는데, 그러한 통계적 규칙성을 발견하기 위해 아주 방대한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학습했다.

인간의 뇌를 흉내 낸 GPT-3의 신경망은 특정 단어가 입력되면 서로 다른 노드 간의 네트워크 매개변수를 기반으로 해당 단어에 뒤따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단어를 찾아낸다. 즉, GPT-3는 입력값에 대응하는 결과값이 제대로 나오도록 하는 최적의 매개변수를 찾는 학습을 기반으로 하는데, 오픈AI는 GPT-3의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2018년에 출시된 GPT-1은 1억 1,700만 개의 매개변수를 사용했고, 2019년의 GPT-2는 15억 개의 매개변수를 사용했다. 그런데 2020년 공개된 GPT-3는 무려 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통해 엄청난 성능 향상을 이뤄냈다.

2020년 5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 전용의 새로운 AI슈퍼컴퓨터를 발표했는데, 해당 시스템은 285,000개의 CPU 코어, 1만여 개의 GPU, 400기가비트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이는 오픈AI의 AI 모델 훈련에 맞춰 특별히 설계된 것이다.

인공지능 연구 관점에서 GPT-3의 주요성과는 매우 방대한 데이터셋에 기반한 자연어 모델이 인공지능의 성능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 있다. 사실 언어는 어떤 개념을 설명하고 인간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중요한 의사소통 방법이기 때문에, 앞으로 인공지능이 언어를 완벽하게 학습하게 되면 인간의 역사와 이 세상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서 인간과 매끄러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PT-3 관련 이슈와 후속 모델에 대한 기대

GPT-3의 개발사 오픈AI는 2015년 비영리 기업으로 설립되었지만 2019년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해 사실상 영리 기업으로 변신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2019년 7월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2023년 1월 앞으로 수년에 걸쳐 1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챗GPT를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픈AI는 GPT-3의 연구 성과물 및 관련 기술을 상업적으로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오픈AI는 일단 '챗GPT 플러스'라는 구독 상품을 월 20달러에 판매할 예정인데, 비용을 지불하면 챗GPT로부터 더욱 신속한 답변을 제공받을 수 있고 새로운 기능과 개선 사항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최근 오픈AI가 선보이는 공격적인 상업적 행보로 인해, 설립 초기에 내세운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 AGI를 구축하고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창한 선언문이 과연 지켜질지 의심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챗GPT로 인해 검색엔진을 이용하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구글은 임직원들 대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은퇴한 두 창업자까지 회사로 불러 연일 대책 회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CEO는 조만간 챗GPT의 경쟁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GPT-3는 지금까지 나온 인공지능 시스템 중에서 AGI에 가장 근접해 있으며 AGI의 실현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었다. 물론 GPT-3는 아직 AGI에 도달하지 못했다. 챗GPT로 대화해보면,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하고 부정확하거나 편견이 담긴 잘못된 답변을 하는 경우를 종종 겪게 된다. GPT-3는 인터넷상의 온갖 틀린 정보와 가짜 뉴스까지 학습했기에 그런 내용을 그럴듯하게 재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GPT-3의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AGI의 시대는 도래하지 않았으며 여전히 AGI가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전문가들도 있다. 아직 GPT-3는 미흡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발전 속도로 봤을 때 GPT-4, GPT-5 등의 후속 모델은 더욱 놀라운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며, 미래의 어느 시점에 AGI가 실현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창조기계(Creativity Machine)로 진화하는 인공지능

GPT-3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이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특히 여러 기관에서 인간이 만든 방대한 예술 작품을 학습해 새로운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일부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면서 상업화에도 나서고 있다.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주 박람회에서 제이슨 앨런(Jason M. Allen)이 미술 AI 미드저니(Midjourney)로 만든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이라는 작품이 디지털아트 부문 1위를 차지해 논란이 됐다. 미드저니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그림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미드저니가 만들어 1위를 차지한 작품 (출처: 콜로라도주 박람회)
달리의 아웃페인팅을 이용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확장한 그림 (출처: 오픈AI)

제이슨은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생성했다. 일부 예술가들은 이를 부정행위로 고발했지만, 수상자 제이슨은 참가자 명을 'Jason M. Allen via Midjourney'라고 명확히 표기했으므로 아무도 속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미드저니를 이용했다고 해서 제이슨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는 80시간 넘게 투자해 100여 개의 그림을 만들었고 그 중에서 3개를 골라 출품했다고 밝혔다.

미드저니 외에도 오픈AI의 달리(DALL-E),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이 미술 AI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달리는 GPT-3와 같은 원리로 자연어 처리와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해 이전에 학습한 적이 없는 이미지를 창조해낸다. GPT-3가 텍스트를 학습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시스템이라면, 달리는 이미지를 학습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달리를 이용해 미술 작품을 생성하고 있다. 오픈AI는 2022년 8월 아웃페인팅(Outpainting) 기능을 공개했는데, 이를 이용하면 원본 이미지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아웃페인팅은 원본 이미지의 기존 시각적 요소(그림자, 반사 및 텍스처 포함)를 최대한 고려하여 원본 이미지에 적합하게 모든 방향으로 그림을 확장해준다.

최근 들어 미술 외에도 소설, 동영상, 음악, 디자인 등 창의적인 분야 전반에 인공지능의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윤리적, 법적 문제가 존재하고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제도 마련이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강지능과 초인공지능: 미래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 및 스타트업들이 AGI 개발에 뛰어들고 있으며 투자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최소 50여 개 이상의 기관이 AGI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스(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2026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AGI 관련 시장 규모가 14억 5,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첨단 인공지능 기술은 다량의 복잡한 데이터들 속에서 필요한 데이터 구조를 스스로 구축하고 이를 통해 마치 인간처럼 사고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여러 산업의 많은 분야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렇다고 모든 기업과 개인이 직접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쉽고 빠르게 사용 가능하면서 유연하고 강력한 상용 인공지능 플랫폼의 보급이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점에서는 GPT-3와 후속 시리즈가 가장 유력한 상용 인공지능 플랫폼 후보라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해 어떤 이는 경외감을 느끼고 또 다른 이는 공포감을 느끼기도 한다. 중요한 사실은 인공지능의 미래와 관련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은 학습을 통해 인간의 사고 체계와 정서 체계까지 모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을 넘어서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생산할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또한 인간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공지능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래를 맞이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물리적인 한계를 지닌 인간의 두뇌와 달리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데 당연한 반응이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의 목적은 인간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이를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앞으로 유전공학의 발전을 통해 노화를 늦추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젊게 회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간 수명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 더욱이 BCI(Brain-Computer Interface,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통해 인공지능과 인간이 결합함으로써 SF의 한 장르인 사이버펑크(Cyberpunk) 소설이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인간이 기계화되어 불멸의 삶을 사는 세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인간은 상상한 모든 것을 언젠가는 기필코 실현하는 존재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2040년 이내에 AGI가 실현돼 일상과 비즈니스 전반에서 활용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AGI는 실현 불가능한 기술이며 과대평가 됐다는 주장도 있다. 만일 AGI가 실현된다면 AGI는 과연 우리에게 노동 해방을 가져다줄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실존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예상보다 빨리 AGI가 도래한 미래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만일 AGI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지금 우리는 그리 대비할 일이 없지만, AGI가 실현된다고 믿는다면 새로운 미래를 위해 대비할 것이 아주 많다. 어떤 관점이 더 미래지향적인지는 너무나 명백하다.

AGI의 다음 단계는 'ASI(Artificial Superintelligence, 인공초지능 또는 초인공지능)'인데, ASI란 AGI의 범용 수준을 넘어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간을 완전히 능가하는 지적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뜻한다. 아직 AGI도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ASI를 논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그 시기가 문제이지 언젠가는 AGI를 뛰어넘어 과학적 사고력, 일반 지성, 창의성, 사회성을 포함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지적 능력을 갖춘 ASI의 등장을 상상해볼 수 있다.

ASI는 AGI보다 더 뛰어난 지능체계를 갖추고서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서 지속적으로 자기 사고력을 강화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ASI는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사고력을 발달시키고 자의식을 갖고 있으며 인간이 할 수 없는 수준의 추상화와 해석을 해낼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감성적 이해, 신념, 욕구를 가질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아직 이론적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기술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와 알고리즘이 개발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기술적 맥락으로 인해 일부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에 의한 핵전쟁, 인간 통제 등과 같은 재앙을 우려한다. 이미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무기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근거 없는 걱정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인공지능 기술 개발도, 무기 개발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독자 여러분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인류는 도구를 활용하는 존재로서, 끊임없이 기술 발전을 추구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재앙을 제어하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야지 기술 개발 자체를 멈출 수는 없는 존재다. 어떤 한 국가가 안 해도 다른 국가는 할 것이기 때문이다.

AGI·ASI와 인류의 공존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예정된 미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AGI·ASI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리스크를 관리해, 우리의 삶과 산업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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