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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FOR YOU(vol.08) - 세상의 난제를 해결할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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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PLUS.1 R&E 지도교사상 수상 수기

세상의 난제를 해결할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한 동행

김미란 교사(충남과학고등학교)
R&E 2개(화학/지구과학)부문 수상팀 지도

시작하는 말

과학 교사로서 기초과학과 공학을 전공할 학생들을 가르치며 미래 연구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은 가장 큰 기쁨이자 보람이다. 앞으로 학생들이 연구자가 되면 주어질 과제들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고 장기간이 소요되는 복잡한 원리 또는 현상을 규명하는 일이거나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를 해결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항상 학생들에게 다양한 지식을 깊이 알고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해서 연구 문제를 스스로 찾아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점에서 R&E는 연구자의 삶을 직접 경험하며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효과적으로 기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연구 활동에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1학년, 그리고 한 해 동안 여러 연구 경험을 충실히 쌓은 2학년 학생들과 함께 R&E에 참여하였다. 학생들은 평소 관심이 있던 분야에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발견했고 이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문제를 구체화하여 연구 주제를 선정했다.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실패를 거듭하며 다시 시도하고 도전하는 다사다난한 과정이었지만 이로 인해 학생들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성장하며 좋은 성과를 보여주었다. 지금부터 학생들의 연구 과정과 함께 조력자로서 동행하며 R&E를 지도한 경험과 소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연구하는 학생과 조력하는 교사의 동행

1. 과일 껍질의 펙틴과 해조류의 알긴산을 이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조 및 특성 분석

학기 초 우리 동아리의 1학년 학생이 R&E에서 펙틴과 알긴산을 혼합하여 친환경 목재 건축물 문화제 마감재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의 건축 문화재는 주로 목재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마감재를 발라야 하는데, 친환경적이며 방습과 방충 효과가 강한 마감재를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연구 주제를 선정하기 위해 학생이 참고한 선행연구는 펙틴-전분 블렌드 필름과 칼슘 알지네이트 섬유 제조에 관한 연구였다. 두 가지 모두 습기에 강한 것으로 제시되어 있었는데, 펙틴과 알긴산을 혼합해 용액으로 만들어 목재에 바르면 마감재로서의 효과가 나타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또한 펙틴은 버려지는 과일 껍질에서 추출할 수 있고 알긴산은 해조류에서 추출할 수 있어 구하기가 쉬우며 두 선행연구 모두 생분해성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친환경적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에 다른 학생들과 함께 칼슘 알지네이트 생분해성 필름과 관련된 선행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알긴산에 여러 금속이온을 첨가하여 알지네이트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고 어떤 이온을 첨가했을 때 가장 우수한 물성을 보이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었다. 학생이 분석한 선행연구인 칼슘 알지네이트 섬유 제조 연구 역시 형태만 다를 뿐 작년에 참고했던 선행연구와 비슷한 맥락의 연구였다. 또한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여러 연구를 지도할 때, 제3세계의 기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식용 자원을 바이오 에너지나 생분해성 소재 등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윤리성에 문제의식을 갖고 비식용 자원의 이용을 강조하던 제자들이 여럿 있었다. 그래서 평소 비식용 바이오매스에 관심이 많았는데 펙틴 역시 버려지는 과일 껍질에서 얻을 수 있고 생분해성 필름 제조에 이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펙틴에 대해 조사해보니 알긴산과 마찬가지로 2가 금속이온을 가하면 고화되는 성질을 갖고 있었다. 이에 착안하여 펙틴과 알긴산을 혼합하고 2가 금속이온을 첨가해 포장재 형태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관련 선행연구를 탐색해보니 펙틴과 알긴산을 각각 이용하여 생분해성 필름을 만드는 사례는 여럿 있었지만 둘을 혼합하여 금속이온을 첨가해 생분해성 필름을 제조하는 경우는 없었다. 또한 학생의 연구 목표는 우리나라의 목재 건축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마감재 개발이었지만 외부에 노출이 많은 목재 건축물은 방습과 방충을 위해 주로 유성 마감재를 이용하고 있었다. 펙틴과 알긴산 수용액은 유성 마감재로 사용되는 원료들과는 그 특성이 달랐다. 학생과 의논한 결과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고 목재 마감재보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심각하므로 새로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찾아 제시하는 것으로 연구의 방향을 전환하기로 하였다.

연구의 방향을 전환하니 다시 문제를 구체화하여 연구 주제를 설정해야 했다. 여러 형태의 석유화학 기반 플라스틱 중 일상생활에서 많이 버려지는 포장재 형태의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또한 기존에 널리 이용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들이 주로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식용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것을 알고, 버려지는 과일 껍질에서 추출할 수 있는 펙틴과 생물 생산성이 높은 해조류에서 추출할 수 있는 알긴산이 비식용 자원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연구의 중요 가치로 삼기로 하였다. 기존 선행연구들은 주로 알긴산을 2가 금속이온과 반응시켜 생분해성 필름을 만드는 연구였고, 금속이온을 첨가하지 않는 것보다 물성이 좋았기 때문에 알긴산과 분자 구조가 비슷한 펙틴 역시 2가 금속이온을 첨가하면 물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더 나아가 펙틴 또는 알긴산만으로 제조할 때와 이 둘을 혼합해서 제조할 때 어떤 경우가 물성이 더 좋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금속이온의 종류나 금속이온 수용액의 농도 등 모든 조건은 같게 하고 펙틴과 알긴산의 혼합비율만 달리하여 최적의 물성을 보이는 혼합비율을 제시하는 것으로 연구 주제를 구체화했다.

연구 주제를 구체화하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포장재 형태의 펙틴-알긴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드는 최적의 제조과정을 찾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먼저 첨가할 금속이온을 선정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학생들이 연구 경험이 많고 역량이 뛰어난 선배들의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줬는데, 여기서 계산화학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 쉽게 구할 수 있는 여러 2가 금속이온 후보군 중 펙틴, 알긴산과의 결합친화도가 모두 가장 높게 도출된 구리 이온을 선정하였다. 그러나 구리 이온으로 제조 시 푸른색을 띠었으며, 중간성과공유회에서 전문가 자문위원으로부터 구리 이온은 중금속이므로 플라스틱이 생분해될 때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다른 이온으로 대체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기존의 플라스틱을 대체 할 수 있으려면 우수한 물성을 갖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그 외의 다른 요인들은 간과한 것이었다. 다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니 칼슘 이온과 아연 이온 외의 다른 이온을 사용하는 경우는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은 두 이온 중에서 계산화학을 통해 결합친화도가 더 높게 도출된 아연 이온을 선정하였다.

펙틴의 입체 분자 구조 구현 모습
펙틴의 입체 분자 구조 구현 모습
계산화학을 이용한 결합친화도 계산 과정
계산화학을 이용한 결합친화도 계산 과정

그 후 포장재 형태의 펙틴-알긴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실패와 개선을 거듭하는 제조 실험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알긴산 생분해성 필름을 제조하는 선행연구의 실험 방법을 따라 펙틴과 알긴산 분말을 글리세린과 함께 가열 교반하여 증류수에 녹이려고 했다. 그러나 비중이 작은 펙틴이 증류수 위에 떠서 알긴산, 글리세린과 한데 엉키면서 오랜 시간 동안 가열 교반을 해도 잘 녹지 않았다. 그러나 알긴산만 사용한 경우 1시간 안에 용해가 끝났다. 결국 여러 방법을 시도 끝에 펙틴만 먼저 증류수에 넣어 용해한 뒤 알긴산과 글리세린을 첨가해 용해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2시간 반 안에 용해가 끝나 제대로 펙틴-알긴산 수용액을 만들 수 있었다.

다음은 펙틴-알긴산 용액을 아연 이온에 침지해 고화시키는 과정이었다. 침지란 액체에 담가 적시는 방법을 말하는데, 대부분의 선행연구에서 알긴산 용액에 금속이온을 결합시키고자 침지법을 사용했다. 최대한 고르게 침지해야 포장재 형태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에는 펙틴-알긴산 용액을 트레이에 붓고 여기에 염화아연 수용액을 비커로 조금씩 붓는 방식으로 침지를 했다. 그런데 염화아연이 먼저 닿는 곳부터 고화되기 시작해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건조 후에 두께도 일정하지 않았다. 스포이트로 소량씩 조심스럽게 부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한 학생이 분무기로 뿌려 침지하는 방법을 제안했고 고른 침지를 위해 안개 분사 분무기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분사압이 세서 가까이에서 분사하면 분사구와 연직 방향인 부분이 눌린 형태로 고화되어 두께가 일정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멀리서 분사해야 했는데, 멀리서 분사하면 소량만 분사되므로 오랜 시간 동안 분무기를 반복적으로 눌러야 했다. 안개 분사 방식 자체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여러 제품을 찾아본 결과 자동으로 안개 분사를 해주는 분무기를 발견했고 일반 안개 분무기를 사용했을 때보다 더 고르게 침지되어 매끈한 표면과 일정한 두께를 가진 포장재 형태로 제조할 수 있었다.

건조 과정 역시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자연 건조를 시켰는데 거의 2주 이상이 걸렸지만, 형태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만져봤을 때 수분 함유량이 많게 느껴져 완벽한 건조에는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건조기를 이용하기로 하고 처음에는 고온에서 건조했는데 과하게 건조되어 쪼그라드는 문제가 발생했다. 상온보다는 높지만 쪼그라들 정도로 과하게 건조되지 않은 건조 조건을 찾았다. 섭씨 40도에서 48시간 건조하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펙틴-알긴산 용액 제조 과정
펙틴-알긴산 용액 제조 과정
침지 과정
침지 과정
건조 과정
건조 과정

이렇게 포장재 형태의 펙틴-알긴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지만 우수한 물성을 갖는지 확인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알긴산만을 사용한 선행연구와 비교하여 펙틴과 혼합하거나 또는 펙틴만 사용했을 때 각각의 물성을 비교해서 우수한 물성을 갖는 경우를 제시하는 것이 학생들의 연구 목표였다. 원래 참고했던 선행연구뿐만 아니라 고분자 필름의 물성을 확인하는 방법이 포함된 여러 연구부터 대학교의 재료공학 관련 교재까지 찾아보며 기계적 물성과 화학적 성질을 확인할 수 있는 실험과 결과 해석 방법을 탐색했다. 그 결과 인장강도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응력-변형률 그래프로 변환하여 이를 분석해서 기계적 물성을 확인하였으며, 수용해도, 내산성, 내염기성, 내유기성 확인 실험을 통해 화학적 물성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포장재 형태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제조할 때 알긴산만 사용하는 것보다 알긴산에 펙틴을 25~50% 정도 혼합하여 제조할 때보다 더 우수한 물성을 보인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학생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선행연구를 면밀하게 분석해서 완벽하게 실험과정을 설계해도 실제 실험을 수행할 때는 생각지 못한 여러 변수가 발생하며, 여러 차례의 실험을 통해 계속해서 실험과정을 개선해 나가면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선행연구를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와 관련된 개념이나 이론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만 정확한 실험과 결론 도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연구 주제를 구체화하여 목표와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방향성을 잃지 않고 유의미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는 걸 배웠을 것이다. 향후 시간 관계상 진행하지 못했던 생분해성 확인 실험과 식품 포장재로서의 적합성에 관해 추가 탐구하기로 하였다. 연구가 무엇인지 모르던 갓 중학교를 졸업한 신입생이 연구를 지속하는 역량을 가진 작은 연구자로 성장하기까지 지도교사도 학생도 고되지만 소중하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2. 통계 분석을 이용한 우주물체의 낙하 경향 이해

1학년 때 R&E에 참여했던 2학년 학생들과 또다시 R&E 참여하게 되었다. 비록 작년에 과학영재 창의연구 발표대회에 선발되지는 못했지만 한 해 동안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연구 역량이 크게 향상되었고, 학생들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론을 도출하며 연구 목적을 달성했다. R&E를 통해 연구에 재미를 붙인 학생들이 다시 R&E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지난번에는 자율주제로 R&E를 신청했지만, 지정주제의 연구과제를 살펴본 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의 추천주제인 ‘통계 분석을 이용한 우주물체의 추락 경향 이해’에 큰 흥미를 보였다. 제시된 연구 목적은 ‘추락하는 우주물체의 궤도 특성 등을 분석하여 우주물체 추락 시 위험이 발생하는 경향 분석 및 예측 모델 개발’이었다.

한 학생은 천문학이 진로 분야였고, 다른 학생은 지구과학과 환경 공학에 두루 관심이 많으며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하는 것에 큰 흥미를 갖고 있었다. 또한 최근 인공위성 추락 예상 위치에 우리나라가 포함됐던 적이 있고, 매년 인공위성의 수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따라 추락 위험 역시 증가하고 있으므로 신속하게 추락 위치를 예측하고 경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연구과제 수행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연구 주제를 구체화하기로 하였다. 우주물체 중 소행성과 같은 자연 우주물체보다는 인공위성과 같은 인공 우주물체 추락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인공 우주물체를 연구 대상으로 하여 통계 분석을 통해 추락할 때의 궤도 특성을 분석하기로 했다. 앞선 통계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낙하지점 예측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를 찾아 다중선형회귀를 통해 추락지점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또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경보시스템을 구현하는 것까지 연구 목표로 삼았다.

R&E에 선정된 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에 방문해 연구원님의 컨설팅을 받았다. 고등학생의 수준에서 인공지능으로 우주물체의 추락지점의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변수를 반영하는 것은 무리이며 오히려 많은 변수를 반영하는 경우 자칫 경향성이 나타나지 않아 예측이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또한 인공위성의 종류가 다양하므로 인공위성의 종류와 관계없이 낙하지점을 예측할 수 있는 독립변수를 선정해야 했다. 추락하는 인공위성의 궤도 특성을 분석한 결과 추락 전 원래 궤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고도가 낮아져도 계속 궤도 운동을 하여 추락지점을 예측하는 것이 어려웠으며 자유낙하를 하는 시점에서 정확한 추락 위치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원래 공전 궤도의 고도를 벗어나기 시작할 때의 위치와 종단속도로 자유 낙하하기 시작할 때의 위치를 독립변수로 설정하고 다중선형회귀를 이용해 낙하지점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비록 다른 변수들을 고려하지 못했지만, 관련 연구기관에서 인공 우주물체의 추락지점을 예측할 때도 추락 직전까지 정확한 추락지점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고 오차범위가 크기 때문에 예측 반경을 설정하여 추락 예상 범위 내에 속한 모든 지역을 추락 위험 지역으로 포함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이 만든 인공지능 모델이 예측한 낙하지점을 기준으로 예측 반경을 설정하여 추락 예상 범위를 제시한다면 특정 변수들을 고려하지 못했더라고 연구기관의 추락 예상 범위와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우주위험감시센터 방문 컨설팅 모습
우주위험감시센터 방문 컨설팅 모습
추락 인공 우주물체의 고도 변화 그래프
추락 인공 우주물체의 고도 변화 그래프

그다음부터는 인공지능에 학습시킬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 학습 데이터수가 많아야 인공지능의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독립변수로 설정한 변수 이외에는 되도록 동일한 조건을 가진 상황에서 얻은 데이터를 사용해야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의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알 수 있어 예측 정확도가 높아진다. 학생들은 인공위성 중 매년 많은 수를 쏘아 올리는 스타링크에 주목했다. 스타링크 위성들은 모두 동일한 형태와 크기를 가지며 공전 궤도 역시 같다. 또한 추락하는 경우도 많아 데이터 수도 충분했다. 비록 스타링크는 크기가 작아 지표에 추락하기 직전에 타서 소멸되지만 학생들이 설정한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독립변수 외에 다른 조건은 모두 동일했기 때문에 학습 데이터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연구원님께 안내받은 사이트와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데이터셋을 만들었다. 앞에서 만든 데이터셋과 다중선형회귀를 이용해 인공지능 모델을 만든 결과 낙하지점의 위도 오차율은 약 13%, 경도 오차율은 약 18%였다. 학생들은 연구기관과 마찬가지로 예측 반경을 설정하여 추락 예상 범위를 고려해 경보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 오차율로도 비교적 정확한 경보가 가능하리라 판단했다.

낙하한 스타링크 위성 데이터
낙하한 스타링크 위성 데이터
다중선형회귀 코드 일부
다중선형회귀 코드 일부

마지막으로 경보 시스템을 만드는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인공 우주물체의 경우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지표에 추락하여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컸다. 반대로 질량이 작은 경우는 지표에 추락하기 직전에 타서 소멸되므로 거의 피해가 없다. 기상특보도 주의보와 경보로 나눠 발령하듯이, 우주 인공물체 낙하 위험 경보도 피해 정도를 예상하고 이에 따라 단계를 나눠 발령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추락 예상 범위뿐만 아니라 인공 우주물체의 운동에너지까지 고려하여 경보 체계를 만들기로 하였다. 먼저 운동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종단속도를 구하는 수식을 유도하였다. 이때 공기 저항력 공식에서 나온 비례상수 D는 물체의 단면적에 영향을 받는다. D 값을 알아야 종단속도를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실제 데이터값을 이용하여 D 값을 추정할 수 있는 수식을 유도하고 이를 반영하여 종단속도와 운동에너지를 구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경보 체계를 단계별로 만들기 위해 Warning Score를 부여하기로 했다. 먼저 가장 큰 위성과 가장 작은 위성들의 데이터로 인공 우주물체의 운동에너지의 최솟값과 최댓값을 구해 범위를 나눠 초기 Warning Score를 설정하였다. 여기에 50km 간격으로 낙하 예측 반경을 나눠 이에 따라 부여한 가중치를 곱해 계산한 값으로 최종 Warning Score를 설정하고 관심, 주위, 경계, 위험, 심각, 매우 심각으로 단계를 나눠 경보 체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추락 인공 우주물체의 운동에너지와 문자 수신자의 위치에 적합한 경보 단계를 구해 수신자에게 문자로 알려주는 코드를 작성하여 경보 시스템을 구현했다.

Warning Score에 따른 경보 단계 문자 발송 코드 일부
Warning Score에 따른 경보 단계 문자 발송 코드 일부
휴대전화로 문자가 발신된 모습 예시
휴대전화로 문자가 발신된 모습 예시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학생들의 목표는 인공 우주물체의 낙하지점을 신속하게 예측하여 경보해 인명피해를 줄이는 것이었다. 복잡한 계산과 처리를 필요로 하는 기존의 예측 방식은 정확도는 높더라도 인공위성이 추락하는 짧은 시간 내에 연산이 완료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개발한 시스템은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 얻은 다중선형회귀를 사용하여 짧은 시간 내에 빠른 예측이 가능하고, 인공위성의 운동에너지와 추락 예측 반경까지 반영해 위험 정도를 6단계로 나눠 즉각적인 문자 발송으로 신속한 경보가 가능했다. 이 연구를 지도하면서 탄탄한 과학적 사고력의 토대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기발하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 번 놀라고 감동했다. 이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학생들이 이 정도의 성과를 보여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생각했던 과학적 상상력이 뛰어난 창의 융합적 역량을 가진 연구자가 이런 모습이었다. 처음 입학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 보여줄 성장과 성과가 더 기대되는 학생들이다.

맺는말

두 연구 주제 모두 플라스틱 문제, 인공 우주물체의 낙하 위험 등 인류가 해결해야 할 난제와 관련이 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유의미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연구자로서 필요한 자세와 역량을 기를 수 있었다. 학생들 스스로도 자신의 성장에 놀라워했다. 또한 연구에 필요한 여러 개념과 이론을 스스로 익히고 또래 친구들은 접해본 적이 없는 심화 개념까지 이해하며 수과학적 사고력의 향상을 보여주었다. 자기주도적으로 지식을 확장하고 심화시키는 것이 연구자에게 왜 필요한지 알게 된 것이다.

1년간 학교 행사, 학업, 과제, 수행평가, 지필고사 등 학교생활만으로도 정신없이 바쁜 상황에서 쉬는 시간과 휴일도 반납하며 열성적으로 연구에 매달렸다. 학생도 지도교사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여러 차례의 난관 속에서도 계속 시도하고 도전하며 원하는 결과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힘을 얻어 끝까지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 아마 이런 삶이 연구자로서의 삶일 것이다. 학생들의 R&E를 지도하면서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10년 이상 교사 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큰 감동과 보람을 준 제자들은 교학상장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아이들이었다. 이번 역시 연구하는 학생들과 동행하며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R&E 발표대회 참가 모습(화학 분야)
R&E 발표대회 참가 모습(화학 분야)
R&E 발표대회 참가 모습(지구과학 분야)
R&E 발표대회 참가 모습(지구과학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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