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바로가기 본문 내용 바로가기

R&E FOR YOU(vol.08) - 기후테크

과학영재창의연구지원센터 홈페이지로 이동
전체 메뉴 닫기

본문

CROSSROAD 융합

기후테크

박형동 교수(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기후테크는 주로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는 각종 가스의 배출량을 줄이는 관련 기술이나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각종 기술들을 전반적으로 의미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구온난화를 촉발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인 이산화탄소의 배출 자체를 저감시키는 기술의 경우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새로 개발하고 활용하는 기술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이미 배출되거나, 현재에도 제철산업, 시멘트 제조산업 등에서 배출되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땅속으로 격리 또는 다른 재료와의 반응을 통해 저장시키는 탄소 포집, 활용, 저장기술인 CCUS(Carbon Capture Usage and Storage)와 같은 기술이 포함된다. 즉, 기후를 관측하거나 날씨 예측과 관련된 산업기술은 기후테크의 정의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가 과거보다 더욱 빠르고, 국부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보다 훨씬 더 정밀한 관측이나 예측이 필요하므로 아주 넓은 의미의 기후테크에는 정밀한 관측이나 고도의 예측을 통한 날씨 변동성을 파악하는 첨단기술도 포함될 수 있다. 더불어 이미 일어나고 있거나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기후변화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 대응 기술도 넓은 의미에서 기후테크의 정의에 포함될 수 있다. 현재까지 언론이나 학계에서 언급되는 기후테크는 주로 좁은 의미로 국한되어 있지만 앞으로 더 가까운 미래에 맞이하게 될 여러 현상들에 대한 연구를 미리 준비하는 측면에서 넓은 의미의 기후테크를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후테크의 등장 배경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지구 환경에 대한 전체적인 관측이 늘어나면서 해수면 상승이 지구온난화와 관련되고 온실가스의 배출이 그 원인으로 파악되면서 비교적 최근에 기후테크란 용어가 등장했다. 지질학적인 역사를 통해 보면 지구는 빙하기를 거친 적이 있었고, 기온이 상승하여 해빙기를 거친 적이 있어 현재 우리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온도 상승 부분이 극히 일부분에 속한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인공위성의 발달과 더불어 지구대기 관측의 기술이 급성장하게 되고 전 지구적인 관측이 보다 정밀하게 이루어지면서 지구 대기 온도가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 되었다. 또한 대기오염 산업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넓은 바다의 섬에서 측정한 대기 성분 측정 결과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들이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빙하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은 항공관측이나 인공위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학계의 소수 의견 중에는 어차피 과거에도 이산화탄소가 결국에는 물과 반응하여 석회암(구성성분: CaCO3)을 형성한 것이므로 이산화탄소는 자연에 결국 흡수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의 양상이 과거보다 빨라지고 있고 서식지의 변동성 (예: 베트남 쌀 농사지역의 변동, 우리나라 과일 재배 지역의 변동, 바다 수온의 변화로 인한 어류의 서식지 이동 등),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한 섬나라의 영토 소멸 걱정 등은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증가한 부분이 크므로 석유, 석탄, 가스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 공급을 하는 기술이 기후테크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인류의 에너지 사용과 전력공급

현대 인류사회는 전력망을 이용하여 사회가 운영되며 전기에너지의 형태로 발전이 이루어지고 공급되고 있다. 1882년 미국 맨해튼에서 에디슨에 의해 최초의 발전소 운영과 직류형태의 전력공급이 이루어졌다. 그 이후 테슬라의 아이디어를 통해 교류발전기와 교류 변압기를 통한 승압 및 송전, 배전을 거쳐서 오늘날의 현대화된 사회는 대부분 교류발전을 통해 국가차원의 전력망을 구축하고 편리하게 전기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주축을 이루고 있는 발전의 형태는 화석연료를 주로 이용하며 일부 원자력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가 나머지를 구성하고 있다. 전통적인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은 에너지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발전을 할 수 있어 대개 2~3일 전에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또는 큰 나라의 경우 지역단위 차원) 전력량을 예측하고 발전 계획을 세워서 발전설비를 경제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화석연료가 가진 화학적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킨 후 전력공급이 이루어진다. 필요한 양보다 많은 공급이 이루어지면 잉여량은 버리는 셈이 되므로 과거 전력 소비 자료를 참고해서 필요한 전력 공급량을 예측해서 가장 근접한 양을 생산하게 된다. 물론 예측하지 못한 갑작스런 증가를 대비하기 위해 예비량을 조금 더 생산하게 된다.

에디슨의 최초 발전소 운영 이후 전력 소비는 전등만 켜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모터 제품, 컴퓨터와 같이 고도로 고급화된 전력을 필요로 하는 기기들이 늘어났다. 전력 소비량의 예측에 따른 공급량의 조절은 당연히 필수적이지만 교류의 특성상 주파수를 일정한 허용 범위 내에서 조정해서 고급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는 필수적이다. 예측하지 못한 전력 소비의 증가 (예: 여름철 급작스런 에어컨 사용량의 증가), 갑작스러운 발전설비의 고장 등은 전력량 자체의 균형도 불안정하게 만들지만, 전압의 변화뿐만 아니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파수의 변동을 초래하게 되어 정밀모터를 운영하는 산업체, 컴퓨터 등의 운용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블랙아웃이라 불리는 대규모 정전사태, 컴퓨터 서버의 다운 등을 통해 고도화된 현대사회가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 또는 지역사회 전체의 전력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나 회사에서는 (우리나라는 한국전력이 담당) 전력 수급 조절 및 전력 품질 조정을 담당하고 있다. 에디슨이 운영했던 최초의 발전시설에 비교하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전력공급은 첨단기술과 장비, 고도로 훈련된 전문인력을 통해 고급화된 전력 품질이 유지되고 전 세계적으로 정전이 적고 전력품질이 고급화된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도입과 전력망 문제

주요 선진국에서 연간 20~30% 성장하고 있는 산업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태양광발전, 풍력발전은 자연적인 요인에 따라 에너지 생산량의 변동성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낮과 밤뿐만 아니라 태양이 강렬한 여름철 낮에도 태양 일사량은 구름의 이동이나 대기 중의 먼지와 수분 등으로 인해 태양광 발전량이 변동하게 된다. 풍력의 경우 바람의 세기나 방향이 변화할 때마다 발전량도 함께 변동하게 된다. 지열발전의 경우 지하의 지열에너지가 날씨와 관계없이 일정하게 방출되고 있어 24시간 일정한 발전량을 제공하지만, 지역적인 특성상 입지 조건이 제한적이므로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비교적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 저장의 필요성

현재까지 많이 보급된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의 경우 발전 출력량의 변동성이 존재하고 기존 전력망의 주파수 변동 등에 영향을 적게 주기 위해서는 별도의 에너지 저장 형태를 필요로 한다. 일사량이 충분할 때는 발전을 통해 잉여에너지를 저장해 두고, 일사량이 부족하거나 밤에는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풍력발전도 마찬가지의 기술을 적용하게 된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에너지 저장방식은 배터리 저장방식이지만 국가나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규모의 에너지 용량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다른 대안으로 여러 가지 기술들이 제안되고 시범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열저장방식은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하여 지하의 암석을 가열하여 저장해 두었다가 에너지가 필요할 경우 물을 순환시켜 열교환을 통해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열 공급이 필요한 산업체나 지역난방 등에는 열에너지를 그대로 열에너지 형태로 공급하게 된다. 기존 전력망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열교환기를 통해 지하에 저장된 열에너지로 물을 가열시켜 스팀터빈을 가동하여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암석이 녹아서 마그마로 존재하는 온도의 범위는 약 800~1,200℃ 정도이므로 이보다는 낮은 온도의 범위까지 열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2019년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1,000톤의 암석을 열저장 매체로 이용하여 130MWh의 전력에너지를 저장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였다. 1.5MW 규모의 발전기를 이용하여 1,500가구에 24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열에너지 저장시스템이다. 앞으로 상용화될 저장용량은 1GWh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열에너지 저장 기술은 기존의 알려진 기술들을 활용하여 융합시킨 대표적인 아이디어에 해당한다.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저장방식에 비해 대규모 용량의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며 수명이 다한 배터리의 처리와 같은 추가적인 환경 문제가 거의 없다는 점도 유리한 점이다.

또 다른 대규모 에너지 저장방식으로는 양수발전을 활용한 저장방식이 있다. 이미 수력발전 댐을 운영하는 국가들마다 다양한 규모의 양수발전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수력발전소 중 일부는 양수발전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발전방식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수력발전은 추가로 에너지가 필요한 경우 운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에서는 수력발전을 통해 물을 방출하게 되면 물을 다시 보충할 만큼 수량이 풍부하지 않다. 노르웨이나 캐나다의 경우 빙하 등의 녹은 물이 연중 공급되고 있어 수력발전을 상시로 운영해도 물의 공급에 큰 문제가 없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수력발전을 비상용으로 이용하려면 평소 전력의 여유가 있을 때도 남는 전기를 이용하여 하류의 물을 전기 펌프를 통해 양수하여 상류의 댐으로 다시 가득 채우는 양수발전을 운용하는 방법이 도입되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을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과 연계하여 일사량이 풍부하거나 바람이 강할 때 생산되는 전력으로 전기 펌프를 가동하여 상부의 댐으로 물을 끌어 올려서 저장해 두면 (즉, 위치에너지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 에너지가 필요할 때 수력발전을 할 수 있다. 특히 수력발전 댐은 대규모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이미 안정적인 기술을 융합적인 에너지저장시스템으로 활용하면 되는 장점이 있다. 밀물, 썰물을 이용한 조력발전의 경우 밀물, 썰물의 조석주기 때문에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이 경우 양수 댐을 별도로 운영하게 되면 조력 발전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에너지저장장치가 될 수 있다.

전기에너지를 위치에너지로 전환하여 저장하는 방식 중 최근에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중 중력에너지 저장방식이 있다. 양수 댐을 이용하는 방식도 결국 위치에너지를 활용하므로 중력에너지 저장방식에 속한다. 새롭게 연구되고 있는 중력저장방식은 물 이외의 무거운 물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금속 덩어리와 같이 비중이 높은 물체를 엘리베이터와 같이 고층으로 끌어 올려 위치에너지 형태로 저장했다가 에너지가 필요할 경우 금속 덩어리를 낙하시키면서 발전기를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이미 개발된 발전기, 엘리베이터 운용 기술을 활용하고 에너지 수요맞춤형으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컴퓨터 제어기술을 이용하는 융합시스템이다. 상용화를 위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전기에너지 저장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에 못지않게 기존의 기술을 조합하고 융합하여 대규모 에너지 저장방식을 개발하는 연구들이 새로운 기후테크로 떠오르고 있다.

날씨 변화와 예측 기술

태양광발전의 경우 일사량의 변동성을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날씨의 변화에 대한 정밀한 관측 기술, 날씨의 변동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 변화 예측 기술이 새로운 기후테크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발전 비중이 증가하게 될 경우 에너지 변동성을 대비하여 날씨의 변동성을 사전 예측하고 그에 따라 지열에너지, 바이오에너지와 같은 다른 에너지원을 가동시켜 발전량을 보충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등장하게 된다. 원래 기후테크의 좁은 정의보다는 더 넓은 의미에서 결국 날씨의 변화에 대한 정밀하고도 보다 정확한 관측과 예측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확대 및 정착에 있어서 중요한 기술이 되고 있는 셈이다. 보다 정밀하고 정확한 날씨 예측을 위해 각종 디지털 센서, 기상 레이다, 기상관측용 위성시스템, 기상분석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 AI 활용 기술 등이 기후테크의 보완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으로 공급량이 일정하게 파악이 되므로 수요를 예측하는 업무가 더 중요했다. 앞으로 신재생에너지가 더 공급될수록 발전량 즉, 에너지공급량의 날씨 변동성을 예측하는 부분이 더 중요한 부분으로 등장하게 된다. 앞서 다루었던 대규모 에너지저장기술과 연동하여 날씨 예측 기술을 융합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에너지 공급시스템을 가동하려면 결국 보다 좋은 품질의 날씨 데이터를 확보하고, 보다 뛰어난 기술로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기후테크 기술이 더 개발되고 보급될수록 기후 자체, 날씨 자체에 대한 관측 기술, 예측 기술로서 다시금 기후테크 기술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더 좋은 품질의 관측을 위해서는 적외선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센싱 기술들이 함께 개발되어야 하므로 고품질의 반도체 개발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의 날씨 뉴스는 에너지 발전량 예측 뉴스와 함께 등장할 것 같다. 석유 경제 덕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한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대학(Masdar Institute)의 태양에너지 연구팀이 사막 바람으로 인한 모래로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드는 것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신재생에너지의 날씨 변동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농업 분야 대응 기술

베트남의 경우 기후변화에 의한 강수량의 지역적 변화 때문에 쌀을 생산하는 농경지에서 더 이상 쌀을 경작할 수 없기에 다른 지역이 새로운 대상지가 되기도 한다. 쌀 생산 농가들은 집단으로 이주해야 할 형편인데 이주와 재정착은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지질학적 시간으로 보면 과거 지구의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의 지리적 이동은 역사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더 단기간에 이러한 이동이 필수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농업을 고려한 방법 중 스마트팜이 대응 기술로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각종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실내외 경작기술 또는 외부 기상 악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개념으로 보호형 경작기술(Protected farming)로도 불리기도 한다. 노지에서 경작하면서 각종 디지털 센서를 활용하는 자동화 농법도 스마트팜의 일종인데,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결국 실내로 국한하여 스마트팜을 운용하는 기술이 넓은 의미의 기후테크로 고려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실내형 스마트팜 기술이 널리 보급되고 있다. 샐러드 재료인 각종 채소와 딸기 등의 과일들을 생산하는 시설들이 속속 개발되고 보급되고 있다. 특히 실내에서 식물들이 필요한 햇빛 대신 맞춤형 스펙트럼을 발생시키는 LED를 이용하여 각 식물에 가장 적합한 스펙트럼을 제공하고, 가장 알맞은 영양분을 공급하여 식물의 성장률,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상용화되어 보급되고 있다. 또한 사람 대신 수확을 하는 로봇 시스템도 스마트팜 기술의 일부로 개발되고 있다. 야채 생산이 쉽지 않은 겨울의 미국 알래스카 지역, 남극 기지, 여름의 사막 지역 등에서도 스마트팜 기술이 대응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술들이 융합되면 스마트팜의 미래는 인류의 식량문제의 해결사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과거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대응 기술

기후변화의 부정적인 영향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부분이 빙하가 녹아서 생기는 해수면 상승과 이로 인한 육지 면적의 감소 문제이다. 앞으로 100년 정도 지나면 해수면이 1미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면 별로 실감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해수면이 30센티미터 상승한다면 우리 사회는 버틸만할 것인가? 우리나라 여름 장마 때 한 번씩 물에 잠기는 지역에 대한 뉴스를 보면 피해 상황에 대한 보도가 등장한다. 바닷가 지역들은 간혹 밀물 때 해수면 상승을 직접 경험하기도 한다. 여기에 태풍까지 더해지면 바닷가 지역의 피해가 커질 때도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면 이러한 피해의 가능성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 아울러 그동안 사회 인프라로 설계된 하수구나 육지에 설치된 각종 시설물들(예: 도로 표면에 설치된 변압기, 철도, 도로 등)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당분간 지구 전체적으로 해수면 상승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이므로 앞으로 사회 기반시설을 설계할 때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고려해야 할지 대응 기술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의 베니스 지역은 단단한 육지 조건이 아닌 지역을 대상으로 개척자 정신을 기반으로 개발을 한 곳이다. 해수가 침투하여 연약해진 지반을 대상으로 다수의 나무말뚝을 박은 후 건물기초를 연결하는 방식과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베니스라는 도시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게 되었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뿐만 아니라 베니스 지역의 지하수 개발로 인한 지반침하로 말미암아 바닷물에 잠기는 부분이 늘어나게 되어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해수면에 대한 관측, 지반침하에 대한 정밀한 과학적 관측과 분석을 통해 원인이 되는 과도한 지하수 개발을 억제한 결과 바닷물에 잠기는 현상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우리의 미래는 빙하가 녹아 해수면 상승을 통해 마치 과거 베니스가 경험했던 것처럼 바닷물에 점점 잠겨가는 도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베니스의 경우처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자 했던 과학적 연구가 문제를 해결하는 시초가 되었듯이 오늘날 기후테크는 우리에게 많은 연구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해수면 상승이 더 급속히 발생한다면 동남아 등에서 볼 수 있는 배와 같은 형태의 부유식 수상가옥이 미래의 주거 형태가 될 것 같은 엉뚱한 생각도 해 본다. 아니면 건물 1층은 필로티 구조처럼 건물기초가 되는 기둥만 남겨둔 형태로 배를 타고 이동하는 자동차 없는 수상도시가 미래의 도시가 될 것인가도 상상해 본다.

미국 알래스카의 경우 북극에 가까운 지역들은 연중 얼어 붙은 영구동토가 있는가 하면,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만 지표면이 살짝 녹아 움직이는, 즉 활동층이 존재하는 지반침하 위험 지역이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얼어붙은 동토가 녹지 않도록 건물기초 부분의 열전달이 일어나지 않도록 건물을 설계하는 대응 기술을 개발해서 활용해 오고 있다. 이처럼 인류의 기술 개발 역사에서는 자연의 조건이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창의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하면서 대응해 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닷가 지역에서는 해수면 상승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내륙 지역 중 동토 지역이나 주변 지역의 경우에는 얼어붙은 땅이 추가로 녹을 경우 각종 사회 기반 시설이 파괴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유럽의 알프스 지역에서는 예전보다 많은 눈이 녹거나 동토가 녹아 발생하는 산사태의 뉴스들을 접하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과거보다 훨씬 더 자주 우리 주변에서 관찰되는 것 같다.

융합연구로서의 기후테크

지구의 기후는 서서히 변화하는 것 같지만 인류사회 전체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대응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빙하가 어떻게 줄어들고 있는지, 빙하의 충돌을 통해 어떤 식으로 파괴되고 있는지 관측하고 연구하는 얼음 물리학(Ice physics) 분야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암석 파괴와 유사한 부분으로서 지질학 분야 등에서도 활발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암석이 부딪혀서 발생하는 파괴는 딱딱한 재료들끼리 파괴가 일어나는 전형적인 취성파괴(Brittle failure)로서 얼음도 유사한 거동을 보이므로 유사성을 활용한 연구가 진행되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지구 환경을 더 정밀하게 관측하기 위한 인공위성과 디지털 센서의 개발도 기후테크를 보조하는 중요한 기술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테크분야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 개척할 연구주제들이 우리들의 새로운 꿈을 기다리고 있는 분야이다.

패밀리 사이트